Artificial Mercy
차다니엘 Daniel Cha
2026. 04. 04 ~ 2026. 04. 25
옳은 것은 무엇이며, 그른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 성장하며 습득하는 다양한 규범 속에서, 옳고 그름의 기준은 가장 기본적인 사고의 틀을 형성하며 이후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한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문화는 물론, 전통과 윤리, 신념의 체계는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배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왔으며, 이러한 축적은 개인의 판단을 지탱하는 질서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그 기준은 언제나 고정된 것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와 새로운 인식, 확장된 삶의 조건 속에서 절대적이라 여겨졌던 판단의 틀은 조금씩 수정되고 재배치된다.
차다니엘은 바로 이러한 가치 체계 자체가 지닌 변동성에 주목한다. 오랜 시간 서로 다른 문화와 이념을 경험해 온 그에게 신념은 불변의 진리라기보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의심과 전복의 가능성을 내포한 유연한 구조에 가깝다. 한쪽을 단정적으로 선택하기보다 각자의 선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그의 태도는 동시에 그의 작업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무형의 가치 체계를 공간으로 끌고 와 설치 작업으로 드러낸다. 반사와 투명의 성질을 동시에 지닌 아크릴을 상징적 조형 언어로 활용하여, 이분법적인 가치 체계가 형성되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Artificial Mercy》는 고귀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온 가치가 어쩌면 인위적으로 구성된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리킨다. 여기서 ‘Mercy’는 윤리적 선의나 구원의 의미에 머무르지 않고, 특정한 기준과 판단 위에서 작동하는 관용의 형식으로 읽힌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고 형성되는 하나의 구조일 수 있다. 전시는 선과 악, 옳고 그름, 수용과 배제의 경계를 공간 안으로 끌어오며, 우리가 의심 없이 받아들여 온 가치 체계의 구조를 다시 살핀다.
이번 전시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은 개별 작업을 넘어 공간 전체를 조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를테면 제1전시장 바닥을 가득 메운 붉은 티베트 램 가죽 〈사라지는 선들 속에서, 2026〉과 그 중앙에 위치한 성광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속에서 너는 어디에 서게 될까, 2026〉, 〈Part of me, apart from me, 2026〉가 대표적이다. 작가는 가장 견고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종교적 개념을 사용하여, 관람자의 가치 체계에 긴장을 형성한다.
성광은 가톨릭에서 그리스도의 실제적 현존인 성체를 드러내는 성물로서,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형식을 취한다. 투명한 아크릴로 제작된 성광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속에서 너는 어디에 서게 될까, 2026〉 표면은 관람자의 모습을 반사하는 동시에 빛을 통과시키며, 절대적인 기준이 개인의 시선 위에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마주한 〈Part of me, apart from me, 2026〉는 검은 돌산을 연상시키는 조형적 형태를 취하면서도, 동시에 몸을 눕힐 수 있는 데이베드로 기능한다. 이 위에 머무르는 행위는 휴식으로 인식될 수도, 나태로 판단될 수도 있으며, 동일한 상태가 서로 다른 가치로 분기되는 지점을 드러낸다. 빛을 머금은 검정은 죄와 어둠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아직 어떠한 구분도 이루어지기 이전의 상태를 환기하며 판단 이전의 모호한 지점을 드러낸다.
붉은 티베트 램 가죽 〈사라지는 선들 속에서, 2026〉는 관람자가 직접 밟고 지나가게 되는 위치에 놓이며, 상징적 기준을 물질적으로 흐린다. 양은 오랜 시간 종교적 맥락에서 선과 구원의 상징으로 작동해 왔으나, 이 작업에서 관람객의 행위를 통해 그 형태는 점차 변형되며, 그 의미 또한 더 이상 고정되지 않는다. 관람자는 그 위를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가지만, 이미 그 경계 위에 서 있게 된다.
프랑스 전통 제본 방식으로 제작된 책 〈As Is, 2026〉는 완결된 형식을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기화펜을 통해 기록된 흔적은 시간이 지나며 사라진다. 기록과 소거가 반복되는 이 구조는, 축적된 의미조차 고정되지 않은 상태로 남을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특징은 지금의 가치 또한 언제든 다시 쓰이고 지워질 수 있는 것임을 환기한다.
절대적이라 믿어온 가치가 흔들리는 순간, 옳고 그름을 나누던 흑백의 논리는 균열을 드러내고, 그 기준의 정당성 또한 다시 질문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서 균형을 유지하려 하지만, 판단의 순간은 끝내 단순한 구분의 논리로 수렴된다.
확신하기보다 질문을 유지하는 태도 속에서, 전시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 유 나 혜 (히피한남 갤러리 큐레이터)
작가노트 Artist Note | 차다니엘 Daniel Cha
기준은 바뀐다.
그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을까.
우리는 어디에 서 있을까.
What we see shifts.
What we believe follows.
Where do we stand?
Artwork (대표작)
준비중
Installation View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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