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piehannam

Introduction

- Fragile Things -

곤도 (@kondo_kwon, Korea)

히피한남 갤러리는 2024년 11월 12일(화)부터 11월 30일(토)까지 곤도 작가의 두번째 개인전 <Fragile Things>을 개최합니다.

곤도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흘러가는 시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하는 시간의 순간성, 중첩성, 유한성을 캔버스라는 공간에 포착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 속 금방 상할 것 같은 굴이나 녹아내리는 얼음은 관객들로 하여금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유약함을 탐구하게 합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물질들 간의 불안정한 조합은 존재의 덧없음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현재의 소중함과 흘러가는 시간의 유한성을 함께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작가 노트

올해 초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잔 위에 얼음을 올려놓고 지켜보고 있었다.

얼음조각이 잔 안에 온전히 들어맞기 위해 어느 정도 녹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대화에 집중한 나머지 시간이 흐르는 것을 망각한 채 어느새 잔을 쳐다보니 얼음은 녹아서 사라지고 없었다.

얼음이 녹음과 동시에 시간이 흘러 아쉬움을 남긴 채 모임은 마무리되었고, 녹고 있는 와중에 찍은 사진 속 얼음의 형상은 그 대화의 남은 시간이 질량으로 표현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나의 작업은 이런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하여 시간이 지나면 녹는 얼음과 눈의 유한함에 사물과 풍경을 비유하여 스쳐 지나간 순간을 그리고 있다.

얼음과 눈은 시간과 외부의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물성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원래의 형상은 녹고 사라지며, 주변의 온도에 따라 그 사라지는 속도가 늦춰지기도 하며 빨라지기도 한다.

이는 나무, 흙, 물과 같이 영원함과 지속성을 상징하는 물성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지는 연약한 성질이다.

나의 작품 속 얼음과 눈으로 표현된 세상은 스쳐 지나가는 시간이기도 하며, 그 순간을 붙잡고 싶은 염원이 담긴 형상이기도 하다.

사물의 일부가 얼음이나 눈의 물성으로 변해 있고, 그것으로 뒤덮인 풍경 위에 올려져 있거나 하는 식이다.

또한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으려는 인위적인 행위와 시간의 유한성을 보여주듯이, 작품 속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세상은 불완전해 보이기도 하다.

금방 상할 것 같은 굴, 녹고 있는 테이블과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와인 잔, 주변의 온도를 따뜻하게 만들어주지만 얼음을 더 빨리 녹게 만드는 불 등의 위태로운 요소들이 작품 속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이는 기록하고 있는 그 순간이 캔버스라는 화면에 멈춰 영원할 것 같지만, 금방 녹아 없어질 것 같은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물질들 간의 불안정한 조합은 흐르는 시간 앞에 마주하게 되는 유약함과 위태로움이다.